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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연수 원고 : 글쓰기와 합평 (하고운)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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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미지강상준
2019-08-12 13: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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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합평
- 질문하고, 글 쓰고, 합평하고, 고쳐쓰기 -
 
하고운 ∥ 한성과학고등학교 gilly71@naver.com
 
1.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2016년 봄,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었다. 그 책의 1장부터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주인공에게 되풀이되는 물음은 이것이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1970년대를 살아온 주인공 ‘나’. 큰오빠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지만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고, 가기 싫은 야학을 억지로 다녔던 열일곱의 ‘나’. 그때 ‘나’에게 글을 써보라고 했던 최홍이 선생님.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지만 여전히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글을 쓰는지, 글을 써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그저 쓸 뿐이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자문하며.
『외딴방』은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신경숙의 표절 사태 이후에야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신경숙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너무 신파적이었고, 대중적인 인기만을 원하는 작가라고 여겼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이 뉴스를 보며 신경숙 표절 사태를 보면서 『외딴방』을 떠올렸다고 했다. 『외딴방』의 신경숙을 너무도 애정했기에, 그녀가 표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말이다.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뒤늦게 『외딴방』을 읽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물음에 휩싸였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나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멀게만 느껴졌다. 독서에 비하면 쓰기는 너무나 어려운 행위였다. 나도 글쓰기가 어려운데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이 가끔 찔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글쓰기 교육을 못해주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읽기’에서 ‘쓰기’로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나는 언제나 ‘읽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신촌의 한 독립서점에 갔다가 은유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을 처음 빼들자마자 서문에 압도되었다.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같았다.
 
자고 나면 한 세계가 무너지는 재난 시대다.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가 바뀌지 않는 한 재난의 일상화는 에고된 일처럼 보인다. 돌이켜 보면 사회의 불의와 참상이 극에 달할 때 인간은 글을 쓰며 존엄을 지켰고 최고의 작품을 낳았다. 평범한 내 인생도 그랬다. 내 삶은 글에 빚졌다. 예고 없는 고통의 시간대를 글을 붙들고 통과했다. 크게 욕망한 것 없고 가진 것 없어도 글쓰기 덕에 내가 나로 사는 데 부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학인은 지독히도 삶에 휘둘렸던 자기 체험을 글로 정리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에 품위를 부여해 주는 일이네요.” 그 말이 뭉클했다. 조지 오웰이 바랐던 “보통 사람들이 생래적 창조성과 품위가 발현되는 세상”을 글쓰기가 돕는다고 믿고 싶어졌다.
모두가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쓰지는 못한다. 인간을 부품화한 사회 현실에서 납작하게 눌린 개인은 글쓰기를 통한 존재의 펼침을 욕망한다. 그러나 쓰는 일은 간단치 않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안 쓰고 안 쓰고 안 쓰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되어 수업에 왔다는 어느 학인의 자기소개가 귓전을 울린다. 이 책이 그들의 존재 변신을 도울 수 있을까.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린다. ‘쓰기의 말들’이 글쓰기로 들어가는 여러 갈래의 진입로가 되어 주길, 그리고 각자의 글이 출구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은유, 『쓰기의 말들』, 서문 중에서
 
국어교사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시를 창작하는 국어선생님, 어려운 한자를 칠판에 척척 쓰는 국어선생님, 말빨과 글빨을 휘날리는 국어선생님, ... 국어선생님들은 주로 그런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상상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누구와도 거리가 멀었다. 나의 포지션은 그냥 문학을 좋아하는 선생님 정도였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늘 ‘글을 써야지 써야지’하는 욕망이 있었다. ‘안 쓰고 안 쓰고 안’ 썼지만 마음만은 그러했다. 은유의 책을 읽으며 이번에야말로 글쓰기를 해야 할 때라는 강력한 신호가 왔다.
운명이었을까. 그 책을 사서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촌의 카페파스텔이라는 서점 겸 카페에서 은유 작가를 모시고 ‘논픽션 쓰기 처음학교’라는 글쓰기 강좌가 열렸다. 바로 신청을 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2017년 시작한 글쓰기 수업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에 품위를 부여해 주는 일’이라는 학인의 말에 무릎을 쳤고, 글쓰기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각자가 자기 삶을 재료로 글을 쓰고, 수업 때 가져와 나누었다. 은유 글쓰기 강좌에서 경험한 것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합평’이다. ‘합평’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함’이라는 뜻으로 각자 써 온 글을 낭독하고 이에 대해 평가해주는 시간이다. 네모난 큰 테이블에 20명이 둥글게 모여앉았고, 글을 발표하기로 한 사람은 자기 글을 20부 복사해 왔다. 발표자는 자기 글을 소리내어 읽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글을 정성 들여 읽고 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 시간을 은유 작가는 ‘역지사지의 신체변용’(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108쪽)이 일어나는 시간이라 말했다. 글을 쓴 이는 자기 글을 읽다가 감정이 복받혀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고, 글을 읽은 이들은 글쓴이의 마음에 동화되어 같이 눈가가 벌게지기도 했다.
그 시간을 학교로 가져오고 싶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오랫동안 알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사람의 글을 읽으니 그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과 한발 가까워졌다. 글을 쓰고, 합평을 하고, 다시 나의 글을 고치며,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한 뼘 한 뼘 쑥쑥 크는 것이 느껴졌다. 20명이 모여 그렇게 글쓰기 수업을 듣다가, 문득 우리반 애들도 20명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시간에 글쓰기와 합평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아이들과도 글을 쓰고 나누는 기쁨을 알게 하고 싶었다.
 
2.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
과학고에 온 이후 나를 대하는 아이들의 온도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첫 학교에서는 틈만 나면 아이들이 교무실로 나를 보러 찾아왔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노트북을 들어주러 오는 친구가 있었고, 복도를 지나갈 때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쌤쌤’거리고는 했다. 그런데 이 곳은 교무실도, 복도도, 적막하다. 특히 한 반 분량의 노트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지날 때도 아이들은 묵례만 할뿐 도와주겠다는 말이 일절 없다. 이제 나도 인기가 사그라들었군. 아 과거의 영화로운 날들이여.
그러다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고 있는 졸업생 여자아이 한 명이 작년 담임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친구는 과학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문과로 전과를 해서 재수학원에 다니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문과 남자라는 존재.
‘선생님. 문과 남자애들은 되게 이상해요. 제가 짐을 들고 가고 있으면 막 들어줘요. 그리고 여자애들도 이상해요. 부탁할 일이 있으면 당연하게 그냥 시켜요.’ 친한 국어 선생님이 받은 그 편지를 같이 읽고서 어찌나 깔깔 웃었던지. 그러다가 문득 아. 하고 뭔가를 깨닫게 됐다. 내게 친밀감을 잘 표시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지도 도움을 주지도 않는 과고 아이들. 내가 이 학교에 와서 인기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학교 아이들 특유의 성향일 수 있겠구나. 과고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도와주는 일도 잘 없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 그런데 문과 아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일에 매우 익숙하다. 그것이 나의 경험과 재수생의 편지를 거칠게 요약한 결론이었다.
1학년 담임을 할 때 우리반 남자애들은 유난히 수줍음이 많았다. 상담을 해야 하는데 자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나의 질문에 네? 네, 네... 만 반복하곤 해서 상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Y는 여자랑 말을 거의 안 해 봐서 여자 선생님 앞에서는 말이 잘 안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반을 잘 관찰해보면 남자애들 따로, 여자애들 따로 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남녀칠세부동석도 아니고 이게 왠말인가. 과학고는 남녀 비율이 4:1 정도 된다. 남자 16명, 여자 4명이 한 반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남자애들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그런 걸까? 남자애들은 굳이 여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아이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줍고 말이 적은 성향이야 개인의 성격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그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2학기에 내가 맡은 과목은 ‘화법과 작문’이었다. 화법은 말하기, 작문은 글쓰기로 자기 표현과 큰 관련을 맺고 있는 과목이다. 이 과목을 제대로 배운다면 아이들은 상대방을 좀더 배려하며 말하고, 자기 표현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을 주고 받는 일에 초점을 맞추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마음을 주고 받는 일. 그러려면 연애소설이 제격이었다. 연애를 하면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자가 독립적인 개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타인에게 얼마나 쉽게 휘둘리고, 또 타인으로 인해 얼마나 큰 힘을 내고 살아가는지. 그래, 연애를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연애소설을 읽히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과학의 법칙처럼 딱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국어과교실에 비치해 둔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에 보인 아이들의 관심 덕분이기도 하다. 서가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 가운데 아이들은 유독 그 작은 보랏빛 책을 꺼내서 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짧은 시간동안 읽어보곤 했었다. 그걸 보며 나는 속으로 ‘쨔식들’ 하고 가만히 웃었고.
이제 소설을 고르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권여선의 ⟨봄밤⟩(⟪안녕 주정뱅이⟫수록)과 최은영의 ⟨한지와 영주⟩(⟪쇼코의 미소⟫수록). ⟨봄밤⟩은 그해 내가 읽은 최고의 연애소설이었으나 주인공이 인생의 쓴맛단맛을 다 알아버린 40~50대 남녀였다. 문장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질문거리들도 풍성했으나 아이들이 과연 이 사랑을 어떻게 바라볼까 예상하기 어려웠다. 반면 ⟨한지와 영주⟩는 본격 연애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밋밋했다. 하지만 삶과 관계에 서툰 20대가 주인공이었고, 주인공인 영주의 내밀한 속마음이 작품 속에서 숨김없이 펼쳐졌다. 영주의 직업이 지질학자라는 점도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끌었다. 아이들에게 슬몃 어떤 작품이 더 좋겠니, 물어보니 후자를 택한다. 좋아, 이번 학기는 ⟨한지와 영주⟩다.
⟨한지와 영주⟩는 서울 출신의 영주와 케냐 나이로비 출신의 한지가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서로 사랑고백을 한다든가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전무하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아이들은 “이게 연애소설이에요?” 묻기도 했다. 이 소설은 영주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한지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없고, 그래서 이들이 나눈 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나면 그 구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은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
소설의 분량이 꽤 길고 감정을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아이들이 소설을 어려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 아이들은 ⟨한지와 영주⟩에 처음부터 몰입했다. 과학고에 입학한 이후 아이들은 여러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전교생이 서로를 모두 알고 있었고, 24시간 365일을 기숙사에서 지내야 하는 날들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 나를 숨길 곳이 없었다. 모두 잘나고 똑똑한 아이들 가운데 난생 처음으로 좌절감을 맛보았고, 서툴게 맺은 관계들은 쉽게 어긋나기 일쑤였다. 그런 일들을 여러 번 겪은 후 읽은 ⟨한지와 영주⟩는 아이들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한지가 영주에게 갑자기 냉담해진 이유를 추론하기 위해 질문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그 이유를 생각한 후 5분 동안 노트에 글을 썼고, 그 후 모둠별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 후에는 모둠에서 한 명의 발표자를 정해 나온 이야기들을 전체 반 친구들 앞에서 공유했다. 그렇게 스무 명의 생각을 모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은 소설의 단서 하나하나를 예리하게 포착했고, 인물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를 허투루 보지 않았다. 한지가 코뿔소를 풀어줄 때 했던 대사인 ‘사랑과 애착을 구별해야 해.’가 해석의 근거로 제시되었을 때는 모두가 탄성을 내뱉았다. 아.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겹겹의 이야기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은 종종 나를 찾아왔다. 석식 시간에 운동장에서 만난 여자아이들이 “쌤, 한지와 영주 너무 좋아요. 저희 어제 밤새도록 소설 얘기했어요.” 했을 때는 마음이 베시시 하고 웃었다. 소설을 읽고 누군가가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는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아이들은 한지와 영주를 통해 입시라는 현실 속에서 꾹꾹 눌러왔던 자기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게 연애상담을 하러 온 남자애가 두 명 있었고, 헤어졌던 커플이 다시 만나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학교에 커플들이 많이 생겼다며 선생님들이 의아해했다. 그리고 물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 한 명이 어느 날 내게 편지를 주고 갔다. 과학고에 들어와 처음 받아보는 편지였다.
 
안녕하세요. 저 00이에요. <한지와 영주>를 읽고 에세이를 쓰면서 편지를 쓰게 됐어요. 이번 수업 때 글을 쓰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애들도 자기 얘기를 꺼내면서 재밌어하고요. 이번 에세이는 소설이라 그런지 애들이 좀더 감성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룸메이트, 다른 반 친구, 우리 반 친구들끼리도 마음속에 있던 얘기를 꺼내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사람의 다양함을 느낀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고, 더 잘 알게 되고. 특히 유나나 민지는 소문이나 색안경으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친구의 글을 보면서 슬픔을 공감해주고 더 잘 이해하게 되어서 기뻤어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애들이랑 나눈 대화, 생각들이 너무 좋았어요.
원래 저는 제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걸 겁내서 일기도 잘 못 썼는데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글로 표현하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번 독서 멘토링에서 ‘나만 보는 일기가 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저는 제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익숙하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이 수업을 통해 나를 알리고 표현하는 걸 겁내지 않고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아직은 그게 옳은지, 그러고 싶은지 모르겠지만요.
이번 수업을 통해서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되어 감사해요. 글을 쓰는 수업 중에 가장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수업 준비하시고, 힘드실 텐데도 전교생의 글을 매번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코멘트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학기가 마지막 수업일 수도 있어서 많이 슬퍼요. 선생님 덕분에 정혜윤 작가님도 만나고, 싫어하던 책을 좋아하게 되고, 생각을 넓게 깊게 하게 돼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었어요.
 
 
3. 질문과 합평 : 수업의 흐름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은 소설을 읽고 질문하기 > 질문으로 모둠 토론하기 > 나의 경험 쓰기 > 합평 > 고쳐쓰기이다. ‘질문으로 깊이 읽기’와 ‘글쓰기와 합평’을 이어붙인 모형으로 이 수업이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진행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래의 수업을 계획했다. 17차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위한 독서 수업을 한다면 아래의 차시 계획을 참고하면 된다.
 
가. 활동 안내 및 책 소개하기(1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1/16
⦁읽기-토론-쓰기 통합 수업 소개
- 책 소개
- 책 준비 방식 안내
- 차시별 활동 소개
- 모둠 정하기
 
책 소개 시간은 중요하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에서 책 소개는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이유는 소개해야 할 책의 권수가 많기 때문이다. 개별적 읽기를 하게 될 경우 많게는 30종이 넘는 책을 소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둠별 읽기를 하게 될 경우에도 6~8종 정도의 책을 소개해야 하는데, 본 예시 수업은 1종의 책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경우에도 책 소개의 중요성은 유효하다. 학생들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며,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소개할 때 학습 의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수업은 크게 읽기-토론-쓰기 3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학생들에게 본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사항들이 필요할지를 상세하게 안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 차시의 읽기 수업을 위해서는 독서일지 쓰기 활동을 미리 안내해야 한다. 독서일지는 매 시간 활동지를 만들어 배부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자신만의 국어 공책을 마련하여 활용하는 것을 더욱 추천한다. 16차시의 수업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매 시간 읽고 기록하고 다시 들추어보려면 지식의 축적과 변화 과정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지보다는 노트가 더 효과적이다.
 
나. 질문 생성하며 책읽기(7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읽기)
2-8/16
⦁매 시간 단행본 읽고 질문과 생각 기록하기
- 40분 책읽기, 10분 독서일지 쓰기
- 독서일지에 쓸 내용
: 인상적인 문장과 그 이유, 질문, 자유로운 생각과 감상
 
 
독서일지에 들어갈 내용은 ① 인상적인 문장과 그 이유 ② 책을 읽고 떠오르는 질문 ③ 자유로운 생각과 감상이 있다. ①, ②, ③이 모두 독서일지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읽기 속도가 느리거나, 독서일지 쓰기를 어려워하는 경우에는 학생의 수준을 잘 살펴 과제를 축소하여 지정해주는 것이 좋다. 자기 생각을 쓰기 힘들어 하는 학생에게는 인상적인 문장을 그냥 필사해도 좋다고 허용해 주면 곧잘 쓴다. 독서일지를 쓰는 이유는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독서일지를 확인하면 학생들이 어떤 점에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점을 재미있다고 여기며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인상적인 문장을 쓰거나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설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인상적인 문장이 없다거나,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 경우는 소설을 후루룩 그냥 읽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에는 교사가 직접 문장이나 질문의 예를 들어주면 좋다. 교사가 직접 자신이 쓴 독서일지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독서일지를 써야 하는지 감을 잡는다.
7차시에 7개의 단편소설을 모두 읽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독서 차시가 남아 있는데 책을 다 읽은 학생에게는 교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책을 빌려준다. 이 때 동일한 작가가 쓴 다른 단편소설집이나 지정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빌려주면 더 좋다. 차시 내에 책을 다 못 읽은 학생은 따로 과제로 부여하여 남은 부분을 읽고 오게 한다.
 
다. 질문 나누기, 질문 탐구하기(1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9/16
⦁질문 나누기
- 4명씩 모둠을 만들어 모둠별 핵심질문 정하기
- 모둠별 질문을 판서하여 전체 학급에 공유하기
⦁질문 탐구하기
- 학급 전체 대표질문 정하기
- 전체 질문 개인탐구, 조별탐구로 해결하기
 
7개의 단편소설 중 학생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작품, 혹은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작품을 다음 차시에 함께 읽을 소설로 선정한다. 이 글에서는 「한지와 영주」를 중심으로 수업의 흐름을 소개하기로 한다. 「한지와 영주」는 실제로 학생들의 흥미와 몰입도가 매우 높은 작품으로 작품 중간에 인물의 심리나 행동의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인간관계를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토론하기에 적합한 소설이라 볼 수 있다.
4명씩 모둠을 구성하여(1차시에 해도 되고, 이번 차시에 해도 된다.) 각자 만든 질문을 공유한다. 독서일지를 쓸 때 작품마다 질문을 생성하게 했으므로, 그 질문들을 공유하면 된다. 보통 학생마다 2개 정도의 질문을 만들게 되므로 모둠마다 8개 내외의 질문이 나올 것이다. 8개의 질문 중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질문을 모둠별로 1개 고르게 한다. 또한 핵심질문은 아니지만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보조 질문도 1개 고르게 한다.
5분 정도 토의시간을 주고, 모둠별로 한 명씩 나와서 칠판에 질문을 쓰게 한다. 칠판을 구획하여 칠판 중앙에 핵심 질문을 쓰게 하고 칠판의 구석에 보조 질문을 따로 적게 한다.
칠판에 적힌 모둠별 핵심 질문들 중 비슷한 것들을 묶어 분류하고 질문의 해결 순서를 정한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 혹은 소설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질문을 학급의 대표질문으로 선정한다. 이 때 중요하지 않거나,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질문들은 재빨리 해결하고 버린다. 교사가 질문들을 잘 정리해 주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
보조 질문은 수업시간에 같이 해결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질문하는 수준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소설의 의문을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탐구] 학급 대표질문을 각자의 노트에 쓰게 하고, 5분의 시간을 주고 대표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게 한다. 자신의 생각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작품에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작품에 근거한 해석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이 때 아이들이 떠들거나 서로 물어보고 있으면 지금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며, 나중에 토론할 시간을 따로 주겠다고 말하면 자기 생각에 좀 더 집중한다.
[조별탐구] 각자 고민한 결과를 모둠원끼리 공유한다. 즉 돌아가면서 대표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모둠원이 자기 생각을 말할 때는 나머지 모둠원이 친구의 의견을 노트에 메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메모하며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 줄이라도 친구의 의견을 메모해야 토론의 결과를 잊어버리지 않고 종합하여 토론의 결과가 의미 있게 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조별 탐구가 끝나면 모둠별로 다음 시간에 모둠 토론 결과를 발표할 발표자를 정하게 한다. 발표자는 이 차시에 미리 정해두어야 다음 시간에 시간을 뺏기지 않으며, 미리 발표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어야 발표 준비를 충실히 해올 수 있다. [개별탐구] - [조별탐구] - [전체토론]으로 이어지는 수업의 흐름은 2017년 여름, 허수은 선생님의 물꼬방 연수를 듣고 바로 적용해 본 것인데, 수업의 집중도가 달랐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기만 해도 답변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훨씬 체계적으로 수업이 흘러갔다. 이 자리를 빌려 허수은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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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질문 해결하기(1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11/16
⦁학급 전체 대표질문 탐구하기
- 모둠탐구 결과를 발표로 공유하기
- 발표 듣고 후기 작성하기
- 보조질문을 하나 택하여 내 생각 쓰기
 
[전체토론] 10차시에서 조별로 탐구한 내용을 지난 시간에 미리 정해둔 발표자가 나와 발표한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 1~2분 정도 준비할 시간을 주면 좋다. 흔히 발표를 하게 되면 학생들은 “$$은 이렇게 말했고, &&는 이렇게 말했고, ##은 이렇게 말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라고 볼 수 없다. 단순히 모둠에서 나온 의견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답변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둠에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작품 속에서 정확히 찾아서 제시하는 것이다. “00쪽에 나와 있는 한지의 대사를 보면, 한지가 이러한 성격임을 유추할 수 있다.”와 같이 작품에 근거한 해석만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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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모둠탐구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들으면서 발표 내용을 자기 노트에 메모해야 하며, 교사도 칠판 구석에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간단하게 메모한다. 이 때 교사가 너무 열심히 필기하면 학생들이 발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사의 필기를 따라 적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학생들이 교사의 판서가 아니라 발표자의 발표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주는 일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답을 교사가 정리해 주는 일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보통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은 교사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변해 주기를 바란다. 교사가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면 수업 시간에 무언가 공부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다. 교사가 정리해 주는 것만 메모했다가 외우는 학생들이 생기고, 결국 앞에서 친구들이 발표한 내용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아주 간단히 짚어만 주는 것이 좋다. 혹시 다른 반에서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면 그것을 소개하는 일도 필요하다. 수업의 마무리는 교사의 체계적인 정리 대신 학습자가 개별탐구, 조별탐구, 전체토론을 거친 후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학습자가 질문 탐구를 통해 작품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혔다면,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모호했던 해석의 지점을 더욱 섬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혹시 수업 시간이 남는 경우에는 지난 시간에 제시되었던 보조 질문 중의 하나를 택해 자기 생각을 쓰게 할 수 있다. 혹은 이 내용을 심화 과제로 제시하면 지금까지 토론했던 주제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 나의 경험 글쓰기(2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11/16
⦁「한지와 영주」를 읽고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 쓰기
- 손 글씨로 내용 생성하기
12/16
⦁「한지와 영주」를 읽고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 쓰기
- 컴퓨터실에서 초고 쓰기
 
책을 읽고 질문으로 토론을 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경험한 관계나 소통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의 인물들이 겪었던 관계나 소통, 혹은 상실의 문제를 본인들도 겪었기 때문이다. 이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직접 글로 쓰게 한다. 소설 속에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 등장하고, 인물의 심리를 탐구하는 수업을 했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처음부터 자기 경험을 글로 쓰라고 하면 자기를 내보이는 것을 꺼려하지만, 이미 소설 수업으로 인물의 감정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이에 공감했기 때문에 자기표현이 훨씬 편하게 이루어진다.
글 쓰는 시간은 총 2시간이다. 교실에서 손 글씨로 내용을 생성하는 시간과 컴퓨터실에서 초고를 쓰는 시간이 있다. 처음부터 컴퓨터실에서 초고를 쓰게 되면 다른 친구들이 타이핑하는 것에 초조해져서 제대로 내용을 생성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교실에서 곰곰이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손글씨로만 글을 쓰게 되면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게 된다. 손으로 썼던 내용을 워드프로세서로 옮기면 거리를 두고 자신의 글을 보게 되며, 손글씨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 자체가 1차 고쳐쓰기가 되기도 한다.
컴퓨터실에서 초고를 완성하지 못한 학생은 기한을 주고 초고를 담당 교사의 이메일로 혹은 국어카페로 제출하게 한다. 1차본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고, 고쳐쓰기를 한 최종본을 평가할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해주면 아이들은 이에 안도하며 부담 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 흔히 학교 현장에서 글쓰기 수업을 할 때에는 시수가 모자라 과제로 부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글을 쓰면 교사와 학생 모두 편안하게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바) 합평하기(2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13-14/16
⦁합평(合評)하기
- 합평 신청자가 자기 글 낭독하기
- 학급 구성원 전체가 돌아가면서 글에 대한 평가를 하기
 
지금까지 학생 글에 대한 평가는 교사 혼자서 상, 중, 하를 매기고 이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평가의 본질적인 목표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교사의 1인 평가는 학생의 지적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은 오로지 자기 글에 대한 등급만 받을 뿐이고, 자신의 글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되는지 알지 못한다.
합평(合評)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한다는 뜻을 담은 단어이다. 합평은 학교 밖 글쓰기 수업에서 주로 진행해 오고 있는 방식으로 예술 교육과 창작 교육을 할 때 특히 주목받아 왔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에 따르면 합평이야말로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합평 수업을 위해서는 미리 책상 배치를 ㅁ자로 만들어 둔다. 모두가 둥그렇게 모여 앉은 모양새가 되도록 하며, 번호 등의 정해진 자리 없이 학생들을 아무데나 앉게 한다. 교사 또한 그 사이에 섞여 앉는다. 학생들이 다 자리에 앉으면 교사는 합평을 하기로 한 학생의 글을 학생 수만큼 복사하여 나누어 준다. 합평은 지원자를 받아서 진행하는데 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지원하는 학생이 많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의 첫 시간에 미리 지원을 받아도 되고,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추가 지원을 받아도 된다.
글을 쓴 당사자가 소리 내어 자신의 글을 읽고, 나머지 학생들은 친구의 낭독을 들으며 글에서 좋은 부분, 아쉬운 부분, 이해가 안 되는 부분 등에 체크하며 읽도록 한다. 낭독이 끝나면 자유롭게 글에 대한 평가를 나눈다.
합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삶에 대한 평가를 하지 말고, 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이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사람들은 주로 글을 읽고 나서 ‘여기서는 네가 잘못했네.’ ‘이 때 정말 슬펐겠다.’ 등의 인물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심리에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글을 더욱 잘 쓰기 위한 팁을 얻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글쓴이에게 상처가 되는 발언일 수도 있다. ‘여기서 네가 슬펐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이유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등 글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평이라는 수업 방식이 생소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 교사가 급한 마음에 먼저 글에 대한 평가를 해버리면 학생들은 이후로도 계속 침묵을 유지한다. 하지만 한 명의 학생이 평가를 시작하면서 물꼬를 트면 다른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합평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평가가 오간다. 교사는 학생들이 먼저 발언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리는 일이 필요하다.
한 편의 글을 합평하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학생 전원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발언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진다. 또한 합평을 해주는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미리 말해두면 참여도가 훨씬 올라간다. 이렇게 합평을 진행하면 50분 수업에 3명 정도의 글을 합평하는 일이 가능하다.
합평은 두 시간을 이어서 수업하는 것이 좋다. 먼저 합평의 과정을 내면화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학생들이 친구들의 글을 읽는 일에 큰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내 친구의 속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 과정은 학급 친구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된다. 실제로 이 수업을 진행한 학생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합평 시간은 합평을 받는 학생과 받지 않는 학생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이다. 합평을 받는 학생은 자신의 글을 참여자 전원이 읽고 평가를 해 주므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글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또 어떤 점이 강점인지를 알게 된다. 혼자 글을 쓸 때는 글의 독자가 오로지 ‘나’ 한 명이므로 읽기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을 빼놓는 경우가 많은데 합평을 받으면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합평을 받지는 않지만 논평을 해야 하는 다른 학생들 또한 여러 편이 글을 읽으면서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또한 친구의 글을 읽고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글쓰기 습관이나 부족한 점을 돌아보게 되어 자신의 글을 고쳐쓰는 작업에 큰 도움을 받는다.
학습자들은 합평의 과정을 통해 좋은 글과 좋지 않은 글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이 생긴다. 또한 평가를 하면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이나 자신의 글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합평을 받는 사람이나 합평을 하는 사람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 고쳐쓰기(1차시)
 
교과
차시
교수 학습 활동
국어
16/16
⦁자기 글 고쳐쓰기
- 문장 다듬기 특강
- 색깔펜으로 자기 글 고쳐쓰기
 
13차시에 쓴 초고 혹은 합평 이후 글을 고쳤다면 마지막으로 고친 글을 각자 인쇄해서 수업 시간에 들고 오게 한다. 합평이 다른 친구의 평가를 듣고 내 글을 고쳐 쓰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시간은 자신이 직접 자기 글을 빨간 펜을 들고서 다듬어보는 시간이다.
먼저 문장을 다듬는 방법에 대한 교사의 짧은 강의가 필요하다. 오탈자 수정, 문장의 길이, 단어의 반복,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학생들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짚어준다. 몇 개의 예시 문장들을 바르게 고쳐본 후 자기 글을 직접 더 좋은 문장으로 고쳐보게 한다.
인쇄한 자신의 글을 빨간 펜을 들고 고쳐보면 퇴고의 감각을 배우는데 집중할 수 있지만, 그렇게 고친 글을 다시 워드프로세서에 들어가 반영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학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부여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마지막 수업을 컴퓨터실을 빌려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빨간 펜으로 고치는 대신 워드프로세서에서 바로 문장을 고친 후에 수업이 끝나기 전 최종 글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둘 중 하나로 선택하면 된다.
 
4. 평가는 이렇게
토론, 발표, 합평은 평가 장면이 나뉘어져 있지만 셋을 합치면 참여도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즉, 수업시간에 얼마나 활발히 참여하는가를 평가의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다. 한 권 읽기 수업은 학생이 질문을 만들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활동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에 더욱 활발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또는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장면을 나누어 반영하였다.
 
평가장면
평가기준
평가방법
독서일지
⦁매 시간 성실하게 책을 읽고 독서일지를 작성했는가?
⦁독서일지의 분량과 제출 기한을 지켰는가?
누적평가
정량평가
토론
⦁모둠 토론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가?
과정평가
관찰평가
정량평가
발표
⦁모둠 토론 내용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발표하였는가?
합평
⦁합평을 신청하여 자신의 글을 발표하였는가?
⦁친구의 글을 읽고 적극적으로 평가해 주었는가?
글쓰기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생생하게 표현했는가?
⦁글이 꾸밈이 없고 진솔한가?
⦁고쳐쓰기의 과정이 반영되었는가?
결과평가
정성평가
 
2~8차시의 ‘독서일지’를 평가할 때는 매 시간 성실하게 책을 읽고 인상적인 문장과 질문을 기록했는지를 평가한다. ‘5줄 이상 쓸 것’ 등의 채점 기준을 미리 공지하면 기준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이 노력한다. 분량을 지키고 기한에 맞추어 독서일지를 제출했는지 매시간 확인하여 누적평가로 점수를 부여한다.
9차시의 ‘토론’ 장면에서 질문을 제기하고 토론에 열심히 참여한 경우 1점, 토론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경우에는 0점을 부여한다. 모둠 토론에 모두 잘 참여했다면 전원 1점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 10차시에서 ‘발표’를 할 때 모둠 대표로 발표를 하는 학생에게 1점씩 부여하는 방식이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점수를 준다면 발표자 모두에게 주는 것이 맞고, 발표 학생 중에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발표를 한 학생에게만 점수를 부여할 수도 있다.
13~14차시의 ‘합평’에 지원하여 자기 글을 발표한 경우 학생 개인에게 1점을 부여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글을 내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학생의 글이 배움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합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좋은 논평을 해준 경우에도 그 학생에게 1점씩 부여한다. 2차시에 걸쳐 진행되므로 두 시간 모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경우 2점을 줄 수 있다.
‘글쓰기’ 평가는 학생이 최종적으로 제출한 글을 평가한다. 1차 제출본과 2차 제출본을 비교해보면 글이 확연히 좋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글을 쓰는 여러 과정은 학생이 겪는 시행착오라는 관점으로 수업을 계획했기 때문에 학생이 최종적으로 제출한 글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
 
5. 합평 수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
아래의 글은 합평 수업을 한 후에 학생이 쓴 수업일기이다. 수업일기는 광동고 송승훈 선생님이 제안하신 일종의 글쓰기 수행평가로 학생들이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한두 페이지 정도의 수업 묘사문을 쓰는 것이다. 학생으로서는 그 날의 수업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또 수업 내용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교사에게는 수업의 반응을 알 수 있고 바로 피드백이 되어 다음 수업을 계획할 때 특히 유용하다. 이 학생의 글을 읽고 합평 수업이 교사에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무척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고 또 따뜻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는 처음의 질문에 이 글이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 합평
—2017. 12. 14. 목.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 이야기
2017년 2학기, 기말고사 전까지 총 23번의 수업시간을 가진 우리에게는 수업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글쓰기에 관한 성장,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정신적으로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한 수업은 2번에 걸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합평 시간이었다.
먼저 우리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 원형으로 배열된 책상은 지금도 생각해 보면 파격적인 변화였다. 모두 원형으로 배열된 책상 위에 앉고 난 후, 하고운 선생님도 이 원형 책상에 남은 한 켠의 자리에 앉아 모두를 동일한 시점에서 바라보며 합동 평가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다. 설명이 끝난 후, 우리는 선생님께서 나눠 주시는 글을 받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읽었던 글은 재이의 글이었다. 상당히 강한 인상을 주는 제목이었다. ‘나는 감정조절 못하는 사람입니다.’ 적잖이 놀랐다. 이 글의 내용이 과연 어떨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글을 읽어나가며 나는 매우 밝고 활발한 모습으로 지내는 한 명의 친구가 드러내지 못했던 속마음과 그의 관계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 대해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으로 그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이 너무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고, 이에도 불구하고 글이 어떤 점에서 수정해 나가면 좋을지 피드백을 제공해준 아이들이 매우 대단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재이의 글을 읽고 우리는 유민의 글을 읽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으로 유민의 글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글은 자신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에 관한 주된 내용이 상당히 부실했다. 그가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은 그가 속해 있던 카페에서의 활동과 취미, 그리고 그 끝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글은 껍데기로만 둘러싸여 있고 알맹이가 없는 양파와 같이 여전히 자신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숨기는 듯한 아이러니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수업의 마지막은 오정의 글이었다. 오정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톡톡 튀는 팝핑 캔디를 연상케 했다. 시험에도 그의 글이 인용되었을 정도면 선생님께서 얼마나 그의 글에 강한 인상을 받았을지를 짐작케 한다. 다만, 그와 그의 누나 간의 관계가 ‘이단옆차기’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선생님의 해석대로, 이 사건 때문에 그와 누나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의미이다.
합평 수업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단순히 작가가 쓴 수필이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 우리들이 직접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들의 일부분을 볼 수 있었던 점이었다. 사실, 내가 이 수업에서 받았던 가장 강한 인상은 글의 장황한 문장과 오타, 그리고 적합하지 않은 표현 등이 아니라 친구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어온 여러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 자신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하나의 자아가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다른 경험을 통한 다른 자아와 조우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 봤을 때도 상당히 강렬하고 다채로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국어 수업이 합평 시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6. 그리고, 올해의 수업
지금까지 소개한 질문과 합평 수업은 지난 2017년 가을에 했던 수업이다. 이 수업 경험이 내 삶 속에 진하게 오래 남았다. 새로 만난 아이들과도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었다. 글쓰기가 조금씩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에,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운명이었을까? 올해에 나는 2학년 문학 1차시와 3학년 창체 글쓰기 1차시를 맡게 되었다. 문학 수업에서는 에세이 쓰기를, 글쓰기 수업에서는 자소서 쓰기를 중심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시수가 적어서 글쓰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도 될지 고민이 되었지만, 시 몇 개를 더 배우는 것보다 제대로 된 글 한 편을 써보는 것이 더 중요한 학습 경험이라 생각했다.
 
가. 유일무이
2018년 겨울에 출간된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 큰 영감을 받았다. 매일 글을 쓰다니! 망원글방이라는 이름으로 동료들과 함께 글을 쓰다니! 그 책을 읽으며 멋있었고, 부러웠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과 읽으면 좋을 만한 글들을 눈여겨 보았다. 그렇게 고른 글이 〈유일무이〉, 〈점잖은 사이〉, 〈물속의 당신〉이다.
〈유일무이〉는 내가 유일무이한 이유를, 〈점잖은 사이〉는 첫데이트의 떨림을, 〈물속의 당신〉은 이슬아의 아빠 웅이의 삶을 이야기한다. 7년 전, 이계삼 선생님의 《삶을 위한 국어교육》을 읽고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부분은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일련의 글쓰기 수업이었다. 그 이름을 따와서 단원 이름을 정한 후, 글감으로는 이슬아의 글 세 편을 제시했다.
 
1차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읽고 활동지에 짧은 글쓰기
2차시. 컴퓨터실에 가서 워드로 글쓰기
3차시. 자원자 3명의 글을 받아 합평하기
4차시. 고쳐쓰기
 
올해는 고쳐쓰기 수업을 위해 참고한 책이 하나 더 있다. 20년 동안 글 다듬는 일을 해온 김정선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이다. 김영희 선생님이 이 책을 주교재로 문법 방과후 수업을 진행했다는 글을 읽고 책에 관심이 생겨 살펴보았는데, 아 정말 좋았다. 책의 전체 내용을 소개하지는 못하고, 책의 첫 부분에 당부한 ‘적의를 보이는 것들’과 마지막의 ‘글쓰기의 1원칙’을 위주로 간단히 고쳐쓰기 특강을 했다.
 
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학창 시절에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건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 써라.”라는 말밖에 못하는 것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후로 글쓰기 관련 도서들을 꾸준히 읽어왔다.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과 더불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책은 우치다 다쓰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이다.
 
1차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읽고 활동지에 짧은 글쓰기
2차시. 짧은 글 합평하기,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3차시.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읽고 인상적인 문장 나누기
4차시. ‘배움에 관하여 한판 승부의 글쓰기
5차시. 고쳐쓰기
 
3학년 창체 글쓰기는 진도에 쫓기지 않아도 되어 좀더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고3 학생들이 창체를 가벼이 여기고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박유미 선생님의 인생수업 커리큘럼에 아이들은 열렬히 반응했다. 중간고사 직후까지 인생수업으로 마음을 열고,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에 들어갔다. 2학년은 나, 친구, 관계, 가족 등의 글감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3학년은 자소서 쓰기에 도움이 되는 글감으로 글쓰기 수업을 끌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간 이슬아 수필집》으로 손을 푼 다음,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의 1, 2강 글을 발췌하여 읽었다. 글을 읽으며 아이들은 ‘글을 쓴다는 것은 ‘한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의 ‘바보의 벽’, 우리 내면의 ‘평범함의 경계선’을 뚫고 나가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다. 그리고 진지하게 ’한판 승부‘의 글을 써 나갔다.
 
 
참고문헌
은유(2016), 『쓰기의 말들』, 유유
은유(2015), 『글쓰기의 최전선』, 메멘토
최은영(2016),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송승훈 외(2018), 『한 학기 한 권 읽기』, 서해문집
이슬아(2018), 『일간 이슬아 수필집』, 헤엄
김정선(2016),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유유
우치다 다쓰루(2018),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원더박스
[부록] 활동지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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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무이〉, 〈점잖은 사이〉는 학생이 낭독했고, 〈물속의 당신〉은 요조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에서 소설가 장강명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활용했다. 이 글은 낭독과 무척 잘 어울린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낭독하고 글 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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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면 뻔한 글만 나온다. 나는 그 이유가 자기소개서의 질문과 경어체로 써야하는 형식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고, 반말로 글을 쓰게 했다. 4차시에는 손으로 글을 쓰고, 5차시에는 타이핑하면서 두 개의 글감을 한 편의 글로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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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고의 중요성을 백번 강조했다. 실제로 직접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더니 훨씬 몰입도가 높았다. 20~30분 정도 강의식으로 설명한 후 지난 시간에 손으로 쓴 글을 컴퓨터 워드로 옮겨쓰게 했다. 그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퇴고를 할 수 있도록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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