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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물꼬방 겨울 모임 숙제입니다. -2015. 내가 한 수업
조회 152
회원이미지김은희
2016-01-24 14:54:46
       
2015년 내가 한 국어 수업
나주중 김은희
 
 
들어가는 글
 
겨울방학 한 달만에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한 듯하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1학기 수업은 물꼬방 여름연수 자료집에 다 실려 있다. 분명 2학기에도 국어 수업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2학기에는 갑을고시원체류기, 헬렌올로이로 서평 쓰기를 했는데 기말고사와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망했다. 그리고 특성화고 원서 쓴 학생들이 11월 중순부터 수업에 참여를 거의 안하였고 나는 그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수업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10월 중 했던 수업 중 이상용 선생님의 시 수업 중 ‘내인생의 시쓰기’ 따라한 것을 소개한다.
 
(1) 1학기 소설 질문만들기 - 물꼬방여름연수자료집 참조
(2) 1학기 토론 수업 -물꼬방여름연수자료집 참조
(3) 1학기 서평쓰기-물꼬방여름연수자료집 참조
 
내 인생의 시 쓰기
 
1차시: 도서관에 한 반 아이들을 모두 데려간다. 자유롭게 앉고 쉬는 시간 미리 꺼내놓은 시집들을 살펴보게 한다. 칠판에서 주제를 한 가지 고르게 한다.
 
(1) 지금의 나에게 주고 싶은 시
(2) 부모님에게 드리고 싶은 시
(3) 노년의 나에게 주고 싶은 시
 
2차시: 시를 고른 다음 자기의 경험과 관련지어 공책 기준 20줄을 쓰게 한다. 국어공책을 걷고 교사가 댓글을 단다. 솔직하게 쓴 글을 학생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다.
 
학생 예시작 1-노하0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난 늦잠 자는 게 너무 좋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즐겁다. 옷이 옷걸이에 걸려 있지 않고 책상에 널브러져 있어도 그게 예뻐서 가만히 놔둔다. 휴대폰 벨소리는 브루노 마스의 the lazy song(게으른 노래)이다. 일도 없는데 알아서 바쁜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아침마다 문 밖으로 가는 내 뒤에서 빨리 좀 걸으라고 엄마가 화를 내는 게 정말 딱하다.
바쁘게 지낸다는 건 내가 게으르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 가치도 없는 귀찮은 일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왜 내 게으름은 사소한 일에 소비해야 하지? 예를 들어 느리게 걸어도 되는데 빨리 걷는 일 같은 것.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노후는 중요한 일을 느릿느릿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생활이지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으르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서 이 시를 골랐다. 얼마 전 외국인 선생님과 1대1로 대화하는 시간에 선생님께 오늘 어떻게 지냈는지 들었다. 내가 학교에서 졸지 않으려고 팔을 꼬집어대는 동안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금성산에 올라가 아무도 없는 수영장 옆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잤다고 한다. 정말 부러웠다. 물론 나는 중학생이고 선생님은 좋은 대학을 졸업해 외국에서 숙소까지 제공받으며 일하는 유능한 어른이니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이렇게 여유부리며 살기 위해 지금 바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학생 예시작 2-나유0
 
가방
윤다인
내 가방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기만 한다.
점점 무거워 내 몸마저 휘게 한다.
학교 계단을 올라올 때면
그 무게가
내 인생의 무게인 것같이 느껴진다.
 
내가 이 시를 고른 이유는 왠지 모르게 이 시를 보았을 때 내 모습 같아서 마음에 와닿았다. 평소 내 가방은 학원 영어 책이 너무 많아서 엄청 무겁다. 노스페이스 가방은 원래 무게가 나가서 책 한 개만 넣어도 가볍지만은 않은데, 학원책, 학교책까지 넣으면 정말 무겁다.
영어가 든 날 내 가방 속에는 영어 듣기책, 단어장, 독해책과 공책, 리딩책, 어법책, 실력다지기책, 또다른 리딩책이 있다. 어제는 리딩책 한 권이 끝나서 좀 가벼워지겠다 싶었는데 더 두꺼운 고등학교 모의고사 리딩책을 받았다. 이렇게 영어가 든 날에는 적어도 7∼8권은 되는 책들이 내 가방 속에 있고 여기에 필통, 학교책과 공책, 파우치, 옷 등을 넣으면 가방이 빵빵해져 등에 매면 보기에도 이상할 뿐만 아니라 무게도 상당히 나간다. 집에 도착하면 9시 30분쯤 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내 가방을 들으시면 무거워서 놀라신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녔던 나는 무거운 가방에 익숙해졌는지 어느새 적응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키가 안 크고 있다. 내 생각에는 무거운 가방 때문인거 같기도 하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유리로 된 가게를 지나갈 때 비춰진 나를 보면 일어나 있는 거북이가 따로 없었다. 어깨는 무거운 가방 때문에 뒤로 넘어가지 않게 앞으로 굽어져 있고 등은 휘었고 목도 앞으로 나와 있었다. 나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고 처음까지 이렇게 다녔다고 생각해보니 좀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등을 펴고 어깨도 활짝 펴고 걷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내 가방의 무게는 온통 학교, 학원 책의 무게이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예습하는 나를 보면 이 가방의 무게가 앞으로 나의 삶의 무게인 것만 같고 나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가방의 무게를 봐도 뭐라 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하여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살 것이다.
 
 회원이미지김진영  2016-01-25 07:20   답글    
이게 정녕 중학생의 글이란 말입니까? 어찌 이렇게 사유가 깊을 수가 있나요. 좋은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라 그런가요. 저 마지막 줄 '이렇게까지 열심히 공부하여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살 것이다.'라는 구절은 마음이 참 아프네요. 꼭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무거운 가방의 무게가 갑자기 느껴져 가슴이 답답합니다....ㅠㅡㅠ

서천석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팟캐스트 <아이와 나>에 엄기호 선생님이 나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 시대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자신들의 부모들보다 자신이 더 못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군요.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 우리 모두 무거운 가방의 시간들을 인내하는 것일텐데.
 회원이미지박정인  2016-01-25 21:14   답글    
아.. 좋아요.. 20줄을 쓰게 하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있군요.
이번 북촌 연수(?)에서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서 구본희 샘이 말씀하셨는데
올해 저도 훈련하는 교관이 되어봐야겠습니다.
은희샘 훌륭한 교관이십니다..
 회원이미지하고운  2016-01-26 10:46   답글    
와... 두 번째 글도 좋지만 저는 첫 번째 글! ㅠㅠ "일도 없는데 알아서 바쁜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은희샘 이거 저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콱. 찍히는 기분이네요. "옷이 옷걸이에 걸려 있지 않고 책상에 널브러져 있어도 그게 예뻐서 가만히 놔둔다." 이 문장도 너무 귀여워요. 아오. 이 대단한 귀요미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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