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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물꼬방 여름연수 후기(8반 정지성)
조회 70
회원이미지토리아빠
2019-07-24 18:23:12
       
1. 뭣이 그리 중헌디?
  처음 물꼬방 연수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가고 싶었지만 아내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담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야간에도 이어지는 각종 업무로 잠이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감사하게 여기는 날들이 무척 많았다. 게다가 연수 시작 전날은 1년에 한 번 있는 교직원 워크숍을 가장한 친목여행이었다. 물꼬방 연수에 가려면 전날 워크숍을 안가는 것이 맞지만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선정되기 어려운 연수니 아마 안될 거라고 안심시키고 정작 신청 당일에는 초 단위로 시간을 점검하며 '꼭 가고 말리라' 눈에 불을 켜고 컴퓨터 앞에 대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
 경남 남해군에서 문경으로 문경에서 다시 수원으로 이어지는 장거리는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길이었다. 대형 트럭이 유독 많이 다녀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길을 고도의 집중력으로 최대한 빨리 가기 위해 노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물었다. '뭣이 그리 중헌디??' 그랬다...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유로 그 먼 길을 달려갔다. 사람들이 무언가 선택할 때는 '기회비용'을 염두에 둔다. 적어도 이번 물꼬방 연수는 나에게는 두 딸과의 오봇한 시간 그 이상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가족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2. 인생도처 유상수
 운전만 6시간, 이 정도 열정이면 모인 사람들 중에 나름 상위권이겠지 했다. 개똥 같은 생각이었다. 송승훈 선생님 강의를 듣고 오가는 질문의 수준이 인근에서 듣던 연수하고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참여하기 위해 불태운 열정도 모두가 나 정도는 돼 보였다. 앞으로 남은 일정에 내 스스로가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국어교사 치고는 많은 책을 읽는 편이 아닌 내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지만 부족해서 배우러 온 거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뻔뻔해지기로 했다.
 따스하고 세심한 배려로 반을 이끌어준 허수은, 차효정 선생님 덕분에 첫 시간이 부드럽게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 물꼬방 연수가 왜 명불허전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가운데 상처도, 고민도, 희망도 있었다. 전날의 지나친 음주가무로 몸은 지쳐 갔지만 정신은 애써 부여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싶은 밤이었다...
 다음날 독서교육과 관련한 주제로 강의가 시작됐다. 많은 교사들에게 익숙한 송승훈 선생님과의 시간이었지만 매번 강의 내용들이 진화하는 것만 같았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여러 선생님들의 고민과 질문들이 더해지자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뜨거운 풍경이 펼쳐졌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리가 참 대견하고 훈훈하다고 생각했다. 하고운 선생님의 시 합평 시간도 알려진 만큼이나 알차고 유익했다.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저자로 이름을 본 분들이고 강의도 하시는 분들이니 두 분은 당연히 고수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처의 상수들은 강사 분들만이 아니었다. 저녁 식사 후 이어진 수업 나누기 시간, ‘물꼬방’연수에 모인 우리반 모든 선생님들이 ‘상수’임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많고 적고의 문제도, 경력이 길고 짧고의 문제도 아니었다. 제2의 수도 다이나믹 부산에서 오신 세 분의 선생님들도 다양한 경험과 독특한 수업의 빛깔이 있었고, 청주에서 오신 김영숙 선생님이 보여주신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평가도 눈여겨 볼 만했다. 그림책으로 강의까지 다니시는 이식한 선생님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여하신 전소연 선생님도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해 주셨다. 룸메이트 박현석 선생님도 젊은이 다운 패기와 섬세한 고민이 보기 좋았다. 담임 선생님들 두 분도 아무렇지 않은 듯 공유해 주신 이야기 속에 어마어마한 역량이 돋보였다. 어릴 적 만화책에서 보던 ‘취권’쓰는 할아버지처럼 부드러움 속에 강한 내공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인생도처 유상수’ 작은 것에서도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함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암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
 
3. ‘아프냐?, 나도 아프다!’
 2003년, 최고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다모’에는 여주인공 하지원이 칼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자 남자 주인공 이서진이 치료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프냐?’ 이서진의 물음에 하지원이 ‘예’하고 대답하자 다시 이서진이 ‘나도 아프다’라고 답하는 짧은 몇 마디 대화는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의 아픔에 누군가가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은 어마어마한 위로가 된다. 어떤 치료제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통감... 그 위로의 힘이 ‘물꼬방’ 연수에도 진하게 배어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오해와 차별들로 인해 받은 상처는 하지원의 자상보다 훨씬 깊고 아팠다. 그 깊은 상처는 새길을 개척하는 교사의 숙명처럼 우리 반 모두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상처였고, 그 상처에 아프고 지쳤다고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반쯤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아니, 같은 상처를 아파하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큰 힘을 얻은 일종의 씻김굿 같은 밤이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4. 마무리 
 어떤 말로 연수를 다녀온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면서 어휘를 고르고 골라도 느낀 바를 온전히 전하는 것은 내 깜냥 밖의 일임을 알았다. 그냥 모든 것이 다 감사했다. 종교행사를 다녀온 듯한 평화와 감사가 내면에 흐르고 있음을 느끼는 이 순간이 2학기의 새로운 영양분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연수를 준비해 주신 기획단 분들과 자신의 것을 내어 놓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연수를 만들어 주신 강사분들과 담임 선생님들, 그리고 함께 뜨거운 여름밤을 보낸 우리 모두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부족한 글쓰기 실력에다 믿거나 말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2박 3일이나 걸린 연수 후기를 마치며 ‘물꼬방’이 계속 ‘물꼬방’이기를 빌어본다. 그리고 모두 겨울 연수에서도 웃으며 볼 수 있기를~
 
 회원이미지stroller  2019-07-24 19:30   답글    
1번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그렇게 어렵사리 오셨던 거군요...ㅠㅠ '인생도처 유상수'. 맞는 말씀이에요. 다만 그걸 알아보는 눈이 있느냐의 차이겠네요. 저도 '암만', 샘의 마음을 배웁니다.
2박 3일을 꼬박 함께 하며 서로 배웠던 꽉 찬 공부의 시간이 선생님 글 읽으며 풍요롭게 다시 되새겨집니다. 육아로 정신없으신 와중에 이렇게 재밌고 근사한 후기를 써 주시다니!! 겨울 연수에 다시 뵙길 바라며, 그리고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여름 되시길 바라며~~. ^____^*
 회원이미지토리아빠  2019-07-24 19:54   답글    
선생님!! 후기보다 더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들 덕분에 3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늘 행복하시길 빌게요! 겨울에 더 풍성한 이야기로 만나길 빌겠습니다!!!
 회원이미지김영숙a  2019-07-25 00:05   답글    
류승룡을 닮은, 카리스마 있고 듬직한 모습에, 성우처럼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지니셨던 정지성 선생님. 물꼬방 연수가 끝난 후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두 공주님들과 놀아주시느라 시간이 없으셨을 텐데, 이렇게 멋진 후기를 써주셨네요.

선생님이 쓰신 후기를 읽으니 2박 3일 동안의 물꼬방 연수가,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모든 내용이 다 공감이 가지만, 특히 그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받고 새 힘을 얻게 한 씻김굿 같았다는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또한 나와 같은 쪽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벗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이렇게 많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고, 든든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했던 우리 8반 선생님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신 허수은, 차효정 두 담임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났지만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이처럼 편안했던 방짝꿍 안수정 선생님, 올밴을 닮은, 솔직해서 더 정겹던 박현석 선생님, 겸손한 실력자, 전소연 선생님, 부산에서 온, 발랄하고 깜찍하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대하는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했던 새내기 선생님들인 배기연 조희선 선생님. 그리고 연수 후까지 그림책 수업 자료를 아낌없이 나눠주신, 이식한 선생님, 다음에 또 뵈어요.

끝으로, 기획단 선생님들과 귀한 강의를 해주신 물꼬방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겨울 연수에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뵙고 싶습니다.

    회원이미지토리아빠  2019-07-25 09:41   답글    
   우와~ 저보다는 선생님 필력이 훨씬 훌륭하신데, 제가 감히 8반의 이름을 헛되게 한 건 아닌지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도 함께한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여름 맞이하세요!!
류승룡+성우 목소리 정말 감사하지만 저조차 그 조합으로 저를 그려내지 못하는데 과한 칭찬이십니다. 사람들이 실망할까봐 겨울 연수 못가겠는데요 ㅋㅋㅋ
 회원이미지김병섭  2019-07-25 11:47   답글    
정.지.성. 선생님 이름 꼭 기억하겠습니다. 꼭 나중에 찾아 뵙고 이야기 듣고 싶어서요. 세상에...이런 어마무시한 후기라니요. 짧은 소설에 푹 빠진 느낌. 고맙습니다. 겨울에 꼭 뵈어요 ^^
    회원이미지토리아빠  2019-07-25 22:08   답글    
   앗 선생님 내부자들께서 기억해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겨울에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영광입니다.
 회원이미지이식한  2019-07-25 21:37   답글    
역시~ 멋진 연수 후기입니다^^ 샘들과 함께한 시간으로 지치고 힘든 저에게 공감과 지지가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카페버스정류장에서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회원이미지토리아빠  2019-07-25 22:08   답글    
   꼭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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