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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라는 망설임은 내던지고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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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후기] 2018 물꼬방 5반 연수후기 ^___________^
조회 97
회원이미지조경은
2018-07-27 16:28:28
       
불꽃처럼 고전 문학 수업을 끝내고 자리에 앉았는데, 흰색 티셔츠 가운데로, 검정 잉크가 뚝뚝 흘러내린 것을 발견하고 실의에 빠진...아....조경은입니다...ㅜㅜ 만 원 줘야 잉크가 지워지는데...아...교세특이고 뭐고, 2학기 평가계획서고 뭐고 암것도 못하겠다. 으아...하면서 그러면 한바탕 즐거운 꿈을 꾼 듯한 물꼬방 연수 후기를 좀 써볼까? 하여 퇴근 안하고 쓰기를 시작합니다.
 
저는 한 때 '자뻑'에 빠진 교사였어요. 지금도 이과 여자반 같이 감성은 말랑말랑한데 너무 착실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내가 잘난 게 아닌가 싶어 우쭐우쭐하기도 해요. 아직 멀었어요.어쨌든 애들은 저를 어려워하고, 수업 시간에 딴 짓 안 하고 공부를 하게 하니까요. 제 생일이나 스승의 날같이 제가 몹시 기분 좋은 날 '좋은 수업 감사' 따위의 글을 받으며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수업을 하면 할수록 멱살 잡혀서 누군가가 저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 때 아이들을 웃겼던 에피소드는 바닥이 나고, 그걸 반복하는 제가 한심하고, 그러다가 애들이 시간 때우기 아니면 궁금해하지 않을 제 개인사까지 수업에 썼으니까요. 정말 공부하기를 포기하고, 학교만 아니라면 너무 좋겠다는 애들이 많은 학교거든요. 제주도 돌하르방보다 더 뚱한 표정으로 영혼을 학교 밖으로 여행시키고, 제가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눈을 뜨고 자는 아이들이 숨막혔어요.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않고 제 벽을 치고 수업 시간을 버텨왔어요. 마침내 제가 스스로 문제 풀이에 지쳐가고 수업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려던 찰나, 8년 넘게 회비만 내던 전국모의 물꼬방 연수를 듣게 되었어요. 3년 쨰에요. 선생님들의 노고 덕에 저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속에만 존재하는 거라고 믿고 있던 것들을 실천하게 되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과 학교 도서관의 시집들이 더이상 제 배경이 아니에요. 꾸준히 여행가방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시를 읽고 이야기를 하게 하고 있어요. 교세특을 써주기 위해 활동을 했던 제가 바뀌고 있어요. 평가계획서를 쓰면서 '결과물만 가져오라고 해서 학생의 재능을 평가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서평을 쓰는 과정을 알려주고, 그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서평을 완성하는 뿌듯함을 느끼도록 도와보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어요.
 
이번에도 여러 선생님의 신세를 졌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법을 알려주신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와 자료가 저의 수업 참고서가 되었어요. 이번 이별강의에서는 제가 고민하는 '상대적으로 쉬운 수행평가법'에 대한 팀까지 얻었죠. 고맙습니다. 감상을 자유롭게 나누는 법에 대해서 솔직하게 알려주신 한창호 선생님의 자료와 박유미 선생님의 강의와 자료는 지친 저에게 늘 힘을 주고 있어요. 이미 학기말 수업과 보강 수업 때 데면데면한 아이들로부터 진실된 마음 말하기를 이끌어낸 박유미 선생님의 '인생수업'을 제가 실습해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 때 제가 비염 알러지 때문에 휴지통을 붙잡고 있어서 인사를 빨리 못한 것 너무 미안해요.) 수행평가 채점하다 늙을까봐 걱정하면서 두려워하는 저에게 송수진 선생님의 꾸준한 독서지도 및 글쓰기 활동지는 저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더불어 "선생님이 힘들면 하지 마~힘들면 안 돼~선생님처럼 애가 그만할 때 너무너무 힘들어~힘들면 굳이 서평까지 안 받아도 돼~"라고 제 손 잡고 말씀하셨을 때 사실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위로를 크게 받았어요. 정성화 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는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돋보이기 위해 수업을 동원한 적이 없는지 진지하게 반성하도록 저를 이끌었어요.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들려주신 솔직한 교직 초기의 이야기들은 마치 반성이 덜 된 저를 비추는 것 같아 뜨끔했답니다. 선생님께서 아낌없이 내어주신 자료들 덕분에,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습니다. 송동철 선생님, 저는 이제까지 학생들을 평가할 때 선생님처럼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어요.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교사가 평가를 할 때, 확증편향에 휘둘리지 않는지, 평가하면 안 되는 것을 혹시 평가 요소에 넣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하신 대로 너무 빠듯한 2학기를 고려해 성취기준을 묶고 나누기를 시도하고 있답니다. 단순히 단원 나누고 못 가르칠 것 같은 단원을 삭제할 때보다 스스로 공부를 더 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저하고 대화하신 분들은 믿을 수 없다고, 웃기지 말라고 하시겠으나...제가 학교에서 동 교과의 선생님들과 교류를 많이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일단 거의 다 남자 선생님들이다보니 스스럼없이 어울리기가 힘들고,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전에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일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거기다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서로 알아서들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가득한 것 같아서입니다. 저는 물꼬방에서 그래도 언젠가는 동 교과의 선생님들, 타 교과의 선생님들과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민하고 부적응자라서 이런 고민에 지금까지도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만 저는 더 나아지고 싶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일 뿐이라고, 그러니 결국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꿈을 갖게 됩니다.
 
저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학생들에게 과정을 제대로 알려주고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2박 3일의 꿈같은 여정에 늘 함꼐 해 주신 다정하고 꼼꼼하고 아름다우신 박정인 선생님, 위트가 넘치고 열정적인 룸메이트 신혜원 선생님, 5반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 6월 말에, 우리 모두 자정의 전쟁같은 수강신청에서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7월에 꼭 다시 보길 바라요. 스...스...스아랑...해요^^
 
 회원이미지박유미0  2018-07-27 19:40   답글    
경은선생님, 다시 봐서 정말 반가웠어요. 인생 수업을 하신 후기를 들려주셔서 더 고마웠고요. 독보적인 위트의 소유자인 줄은 알았지만, 이 후기글은 또 너무 진솔하고 뭉클한 거 아닙니까. 샘 고마워요, 오래 오래 보고싶어요~^^
 회원이미지박정인  2018-07-31 14:27   답글    
꼼꼼하고 아름다우신. 에 눈길이 더 가네요. 저는. 푸하하. 밴드에서만 보던 경은샘 실물을 영접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말로 웃기시기도 하더니 글로 울리시기도 하네요. 후기글 읽다가 저도 잠깐 왈칵 할 뻔한 건 안 비밀. 5반 만세!
 회원이미지송수진  2018-08-12 16:25   답글    
경은샘, 이렇게 감동적인 후기를 올려주시다니~~~ 제가 다 고맙습니다. ^^ 글을 읽으면서도 울컥 하다가도 큭큭큭 웃음이 나다가도 하네요.ㅎㅎㅎ 경은샘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교사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이 따라오는 만큼 하다보면 길이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데, 삶에서 '정답' 같은 건 없다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5개 중에서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내가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들더라구요. 그냥 내 마음이 편안하고, 재미있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다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열심히 사는 경은샘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열심히 하면 아니 되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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