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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조회 66
회원이미지임미진
2016-01-22 13:14:45
       
몸이랑 친구하기
 
얼마 전 뭔가를 먹다가 왼쪽 턱에서 딱 소리가 나면서 입이 잘 안 다물어 져 애를 먹었다. 그러더니 그 뒤에 계속 음식을 씹을 때마다 턱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고 점차 통증까지 느껴지더니 마침내는 입을 크게 벌리기도 어렵게 됐다. 하는 수 없어서 병원에 갔더니 턱 사진과 목 사진을 찍어보고는 턱 관절이 안 좋은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내 목뼈가 일자목인 것도 원인이 되고 평소에 입을 앙다물고 자거나 한쪽으로 자는 습관 등이 있을 것이라며 관찰을 해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나를 가만히 관찰해보니 내가 지나치게 몸에 힘을 주고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잠이 들 때도 입을 꽉 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턱. 늘 거울을 볼 때마다 주로 눈 코 입을 살펴보고 머리를 빗는 정도지 턱을 유심히 살펴보는 적은 드물다. 턱을 보더라도 외형적 관점에서 경락 수술을 받아 턱을 좀 날렵하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정도를 했다. 그런데 턱이 어느 날 소리를 냈고 난 요즘 날마다 내 턱의 상태를 살핀다. 그러면서 내가 감정과 생각은 소중히 여기면서 정작 몸에 대해서는 참 의식 없이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양적으로 남에게 비춰지는 곳에만 신경을 써 왔지 내 눈의 상태 코 안, 입 안, 발가락 온 몸 구석구석에 대해 모양과 색깔도 제대로 살핀 적도 없고 그 상태나 느낌들에 대해서도 무심하게 살다가 문제가 발생해야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는 아버지가 딸에게 유품으로 남긴 자신의 몸에 관한 일기장이다. 이 아버지는 아침 식사를 할 때도 양복을 다 갖춰 입고 먹었던, 너무나 점잖은 인물이기에 이런 일기장이 딸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예상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하지 못한 말을 글을 통해 남기겠다며 순전히 자신의 몸에 대해서만 기록한 일기장을 남긴 것이다. 이 일기장을 딸에게 전하는 글에서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이 시대의 몸은 분석을 하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덜 존재한다는 거야. 노출과 반비례하여 소멸되는 거지, 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아버지가 처음 일기를 쓰기 된 건 12살 때 보이스카웃의 일원으로 참여한 모의전투에서 상대팀에게 사로잡힌 뒤 아무도 없는 숲속 나무에 묶여 버려진 일 때문이다. 그 때 자신의 다리를 타고 오르는 개미 한 마리와 근처에서 보인 ‘검은 야생의 생명들이 우글거리는’ 개미집 그리고 또 한 마리 자신의 다리를 오르기 시작한 개미로 인해 지은이의 상상 속 두려움은 극에 달했고 고함을 치며 괄약근도 함께 울부짖으며 설사를 했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전쟁 후유증으로 늘 병상에 누워있는 주인공의 아버지로 인해 히스테릭한 상태였기에 주인공의 허약한 모습을 싫어했고 그를 씻기면서 거울 속의 모습을 똑똑히 보라고 소리질렀으나 주인공이 눈을 꼭 감고 자신의 모습을 보기를 거부하자 ‘넌 정말이지 아무것과도 안 닮았어’ 라며 욕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후 얼마간의 노력 끝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주인공은 거울 속에 존재하는 꼭 ‘버려진 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인체 해부도와 비교해보며 거울 속 ‘그’에게 훌륭한 근육과 신경을 선물해주고 앞으로는 ‘그’가 느끼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약속한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단련시켜가며 그때마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여러 감각과 성장과 더불어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 현상과 느낌을 정확히 관찰하며 기록해 나간다. 그리고 그의 기록을 읽다보면 결국 ‘몸’이란 것이 별개가 아니라 ‘마음’과 ‘관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의 몸이 비올레트 아줌마의 냄새를 맡아야만 편안한 안식을 취하며 이완될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은 모양과 냄새를 가진 아줌마의 레자냐에 주인공의 코와 미각이 반응하는 것이, 모두 그의 엄마에게서는 받을 수 없었던 인정과 사랑을 비올레트 아줌마에게서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이 어느 순간 가장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는지, 자신의 몸의 한계는 어딘지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하겠다는 그의 일기에는 자신이 만난 여인들과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사랑과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이 비올레트 아줌마의 집에서 사귄 로베르와 함께 일을 하다가, 무릎에 못이 박히고도 대수롭지 않게 좀 있다가 뽑겠다며 계속 일을 하는 로베르의 모습과, 빵을 자르다가 엄지손가락을 베어 피가 솟는 걸 보는 순간 토할 것 같고 어지러운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이유를 고민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그가 이 일기를 평생을 걸쳐 쓴 이유가 드러난다.
 
로베르는 나와 동갑내기지만 자기 몸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일 뿐이다. 그게 다다. 그의 몸과 정신은 함께 자라났고, 그 둘은 좋은 친구여서 놀랄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다시 사귀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베르의 몸이 피를 흘린다 해도 로베르는 놀라지 않는다. 반면에 내 몸이 피를 흘리면 난 놀라 기절을 한다. 로베르, 그는 자기 몸이 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몸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피를 흘리는 것도 당연하지....그런데 난, 뭔가 새로운 사건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 내게 몸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몸과 정신이 함께 자라나지 못했다. 내가 자라왔던 여러 가지 금지된 분위기 속에서 내 몸은 많이 억눌린 채 살아왔다. 몸이 내는 소리를 감추며 살아왔다. 나는 우리 아이들은 몸과 정신이 함께 자라났으면 좋겠다. 가분수로 피곤한 몸을 책상 앞에만 묶어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회원이미지최지혜  2016-02-24 01:03   답글    
개학 직전이 되어서야 급한 마음으로 물꼬방 누리집에 와서 글을 읽고 있어요..^^;; 샘들이 하신 시도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걷도 좋지만, 미진샘이 추천하는 책들에 대한 글이 참 좋네요:) 미진칼럼? 계속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참 좋아요~ 샘 (팬1
    회원이미지임미진  2016-02-26 22:22   답글    
   고마워요 지혜샘~~^^
꾸준히 해보려고 시도중이에요~~ 샘도 같이~~^^
 회원이미지김은희  2016-02-26 19:19   답글    
미진 샘 글을 하나씩 읽는 재미와 감동이 묵직합니다. ^^ 블로그도 있으신가요? 찾아갈래요.
    회원이미지임미진  2016-02-26 22:24   답글    
   은희샘 재미가 있어요?ㅎ
요즘 제 말과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걸 느끼면서 힘을 빼고 살려고 노력중이에요~~ 재밌고 싶어요^^ 블로그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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