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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를 읽고,,
조회 51
회원이미지임미진
2015-12-22 11:31:18
       

파이파티로마섬으로 가고 싶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주인공인 우에하라 지로는 학교가 마치면 시내 상점가에 들러 만화책을 보고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도쿄의 초등학생이다. 지로에게 있어 유일한 골칫거리?는 그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인데 친구들의 아버지처럼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밤낮으로 집안에서 뒹굴거리면서 집으로 찾아오는 구청 사람들과 툭하면 언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징수하러 오는 사람에게 국민연금 자체가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데 그걸 왜 내야 되냐고 항의하면서 국민 연금을 세금이 아니라 따로 걷는 것 자체가 뒤가 구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직원이 국민연금을 의무라고 얘기하자 자신은 일본인이지만 일본국민이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또한 지로가 들고 온 수학여행비 영수증을 보고는 학교와 여행업체 사이에 뭔가 뒷거래가 있어서 비용이 비싼 것 같다고 조사를 해서는 학교를 찾아와 교무실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학교에 대해서도 체제에 적당히 써먹을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교정시설이라며 아들과 딸에게 굳이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해 지로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대학 시절 사회주의 운동 후배인 아키라 아저씨가 찾아오는데 지로의 아버지가 조직을 통한 이상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느껴 조직을 탈퇴한 반면에 아키라 아저씨는 그중 한 분파에서 계속 이상 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인물이다. 지로는 감시당하는 아키라 아저씨를 도와 심부름을 하다가 아키라 아저씨가 상대파의 대장을 곤봉으로 죽이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지로의 가족은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로의 아버지는 평상시 얘기하던 대로 도시를 떠나 고향인 남쪽 섬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겠다 선언하고 지로와 동생인 모모코도 부모를 따라 남쪽 섬으로 갈 것인가 부유한 외갓집에서 안락하게 생활할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다 부모를 따라 남쪽 섬으로 향하게 된다.

남쪽 섬에서 이치로 가족은 엄청난 환대를 받게 되는데 지로의 증조 할아버지가 그 섬에서 인두세 폐지에 앞장섰던 유명한 인물이고 지로의 선조 역시 그 섬을 외세로부터 지킨 전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섬 사람들은 이치로 가족이 살기에 불편함 없이 집을 수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필요한 식량을 가져다 주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들의 집에서 쓰지 않는 자전거와 경운기까지 지로의 집에 가져다 준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생색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런 도움을 받는 지로 아버지의 태도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워 지로는 안절부절 못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쿄에서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만 하던 아버지가 농사일과 고기잡이 일 등을 열심히 하고 심지어 잘 하는 것이었다. 지로 역시 처음에는 전기도 안 들어오고 텔레비전도 없는 생활이 심심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집 앞 바다에서 뛰어놀고 염소 우리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낀다.

한편 도쿄에 혼자 남았던 지로의 누나가 어느 날 갑자기 도쿄의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오는데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혔던 누나가 섬으로 내려와서는 아버지와 같이 배 낚시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등 도쿄에서의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얼굴이 아닌 밝은 모습을 보여 지로를 또 한 번 놀라게 하고 가족은 남쪽 섬에서 모처럼 가족 모두가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으며 행복해한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 지로네 가족이 살게 된 집이 버려진 집이 아니라 사실은 도쿄의 어느 리조트 회사에 넘어간 것이라며 그곳에 호텔을 짓겠다고 리조트 회사에서 찾아오는 바람에 다시 갈등은 불거진다.

이치로는 리조트 개발을 주도한 토건회사 사장이자 이 섬의 의원인 자마에게, 섬을 개발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들어오는 리조트 호텔이 실제로는 섬을 파괴시키고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홍보와는 달리 모든 이익은 호텔이 챙기는 구조임을 모를 줄 아냐며 펄쩍 뛰고, 리조트 회사가 섬을 지키는 사당마저 부수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섬 사람들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답례로 야스쿠니 신사를 부수겠다는 말과 함께 끝까지 저항할 것을 선포한다.

이 과정에서 명분과 자기 만족을 위해 섬을 지키겠다고 투쟁하는 도시에서 들어온 사람들과 흥미와 볼거리를 찾아 몰려들어와 이치로와 리조트 회사의 싸움을 부추기는 방송 관계자들의 모습은,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인 지로의 집을 지키는 섬의 친구들과 철거 업체 사람들에게 덤비다 죽은 자신의 개를 위해,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외국인 베니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펼쳐진다.

이 소설의 결말은 당연하게 리조트 회사가 지로의 집을 철거하고 지로의 부모님은 폭력 및 공무집행 방해 등의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것으로 진행되지만 마지막에 지로의 부모가 경찰서를 탈출하여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자급자족의 이상향인 파이파티로마섬으로 가는 반전을 보이며 끝을 맺는다.

연말이다. 어수선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설 속 이치로의 말에 백 번 공감하면서 이 글을 읽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 절반의 외침을 적으로 규정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회당 3000~5000만원이나 주면서 싣고 대통령의 생각을 홍보하는데 또 수많은 예산을 쓰면서도 많은 학생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예산은 반토막 내며 청년 실업 등에 대한 대책을 내세우는 지자체 예산은 또 색깔논리로 공격하는 정부를 보며 진심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깝고 이 나라 국민임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아 정말 파이파티로마섬으로 가야만 될까.

 

 

 

 
 회원이미지최가진  2015-12-29 22:58   답글    
저도 세금 안내기 운동을 벌이고 싶어지는 한 사람입니다. ㅠㅠ 읽으면서 속이라도 시원할까요?
    회원이미지임미진  2015-12-30 13:03   답글    
   샘, 일단 이 책 재밌어요ㅎ 재밌으면서 생각거리가 많은 책,,,중학생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에요~~^^
 회원이미지류원정  2016-01-11 08:34   답글    
오쿠다 히데오. 독자의 진입장벽을 쉽게 낮춘다고 제가 그토록 칭찬하던 작가네요. 영화관에서 영화로 이 작품을 봤어요. 진짜 재미있어요 ^^ 미진 샘 좋은 글 고맙습니다. ㅎㅎ
    회원이미지임미진  2016-01-12 21:53   답글    
   원정샘 말이 맞아요~~ 어려운 내용을 어찌나 쉬우면서도 재밌게 잘 전달하는지,,,
전 영화보다는 책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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