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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정규수업
정규 수업에서의 독서 교육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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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사가 지치지 않는 소설창작수업- 내가해본수업2018
조회 473
첨부파일
회원이미지김병섭
2019-01-04 14:15:39
       
2018 내가 해 본 수업
교사가 지치지 않는 소설창작수업
김병섭
 
Ⅰ. 왜 했는가?
1. 학생들의 능력
우리 학생들과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 하나는....
우리 학생들은 언어능력은 부족하다. 그러나 서사능력은 뛰어나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은 많지만 1년에 영화를 한 편 보지 않은 학생은 없다. 오히려 열 서너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한 학생들이 더 많을 정도다. 맞춤법, 단락구분 등을 말끔히 해 내는 학생은 많지 않고 어휘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서사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그림이나 영상을 보여주면 그것으로부터 상황과 인물과 논리를 파악하고 풍부한 상상을 해 낸다. 이 학생들의 능력을 끝까지 끌어내 보고 싶었다. 학생들과 소설창작수업을 하고 싶었다.
 
2. 교사의 한계
읽고 이해하고, 읽고 대화하고, 읽고 경험을 정리하며, 읽고 쓰는 것. 그 동안 내가 기획했던 활동은 모두 읽기를 중심으로 그것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돌아보고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문학수업기획을 준비하며 깨달았다. 이 학생들은 이 활동을 이미 한번씩은 해 보았다는 것. 충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쨌든 한 번은 거쳐왔다는 것. 학생들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뭔가 좀 더 자신이 주인공이며 자신이 중심이 되는 활동. ‘또 해요?’ 가 아니라, ‘더 재밌어요!’를 듣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학생들을 이제는 좀 더 많이 보고 싶기도 했다. 나의 한계는 명백히 창작이다. 나는 다른 이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일에 익숙하다. 그것도 물론 쉽지 않고 귀한 일이지만, 이 너머의 세계도 분명 존재한다. 학생들을 그 세계로 밀어 넣고 싶었다. 학생들과 소설창작수업을 하고 싶었다.
 
Ⅱ. 어떻게 했는가?
소설창작 수업기획의 핵심은
* 그림이나 영상만큼 직관적이고 간단하면서도
* 학생들의 풍부한 논리와 상상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 그런 자료를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잡은 것은 신문기사다.
신문기사는 그리 길지 않고, 간단명료하며, 여느 글보다 직관적이면서도 학생들의 풍부한 논리와 상상과 영감을 이끌어 낼 힘이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 문학. 네 반 주당 4차시. 10월 연휴가 연이은 주에 6차시 동안 진행. 시놉시스 학습지 2–소설쓰기의 2- 추가시간 2...이렇게 3단계. 구체적인 소설창작수업 진행은 다음과 같다.
 
● 시놉시스 학습지
1. 어서오세요, 신문영감님
교실에 시사잡지와 신문을 잔뜩 들고 들어갔다. 모둠별로 4뭉치 이상씩 가져간 다음 개인별로 인상깊은 기사를 골라 옮겨쓰게 했다. 무언가 자신의 소설에 영감을 가져다 줄 기사면 뭐든 좋았다. 광고도 좋다.
 
2. 소설가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신이 선정한 신문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들 소설의 줄거리를 작성한다. 신문기사는 자신의 상상을 위한 재료일 뿐, 신문기사와 똑같지 않아도 되고 과장해도 되며 상상을 덧붙이거나 여러 기사를 편집해도 된다.
 
3. 당신에 대하여...
자신이 만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2명에 대한 정보를 마구마구 쓴다. 성별, 나이, 성격, 경험, 꿈, 취미, 직업, 상처 등등 소설에 등장할 만한 이야기는 모두 다 쓴다. 여기에 쓰는 내용이 소설의 주요 재료가 되므로 최대한 자세히 꼼꼼하게 다양하게 마음껏 상상하여 작성한다.
 
 
4. 반전, 반전, 반전... 이야기의 묘미
소설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소설의 재미는 반전에 있다. 이 반전을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결정되고 더불어 소설의 장르도 결정된다. 위기의 순간에 시간열차가 나타나거나 말하는 오리가 등장하면 판타지가 되고, 외계종족이 나타나 문명을 건 사투가 되면 SF공상과학이 되며, 최근에 등장한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공학기술이 불러온 윤리적 논쟁을 다루면 하드 SF가 된다. 아름다운 미소녀 전사나 아이돌 스타가 주인공 곁에 스윽 나타나면 로맨스 판타지가 되며 귀신, 몬스터, 악마, 천사, 마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면 판타지액션이 된다. 최소한 2번 이상의 반전이 있어야 하며, 반전을 위해서는 소설의 곳곳에 인물과 상황과 소품을 정확히 배치해야 한다. 그 배치를 어떻게 하여 이야기를 구성할 지 이곳에 대략적인 내용을 쓴다.
 
5. 선택...정말 어쩔 수 없었다구.
소설은 갈등의 예술이다.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되고 갈등은 증폭되고 해소된다. 그들의 선택에 정교한 필연성을 부여할 수록 소설의 정교함은 더해지고 그것이 이 세계의 선택에 대한 정교한 보고가 된다. 인물의 입장에서 그의 선택이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여겨질만한 이야기-논리적이며 치밀할 수록 더 재밌을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지 쓴다.
 
6. 내 소설을 보여주마.
혹시 가능한 학생은 자신의 소설의 표지나 삽화를 그려보도록 했다. 낙서 같은 이 그림들이 학생들이 소설을 좀 더 풍요롭게 섬세하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 소설쓰기
학습지를 작성한 후 소설쓰기에 들어갔다. 두 가지의 규칙이 있었다.
1. 분량은 반드시 4페이지 이상일 것
(4페이지에 마침표 하나라도 찍혀 있으면 4페이지로 인정)
2. 소설에 등장하는 꺼리들을 반드시 마무리 할 것.
(열린 결말이나 결말 없이 중간에 끊기는 소설은 감점될 수 있음)
 
엄청 실용적인 꼼수 몇 가지
① 반드시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컴퓨터실에서 작성할 것.(2시간+2시간)
-> 해 보신 분은 알고 있음. 손으로 글을 쓰는 것과 워드로 쓰는 것의 그 엄청난 차이.
② 시간은 늘 촉박하게 선언하고 넉넉하여 허용할 것
-> 추가 2시간은 미리 말하지 않음. 여차하면 점심시간 컴실 개방하여 원하는 학생들의 참여를 격려할 수도 있음.
③ 반드시 학교에서 시작하여 학교에서 작성하고 학교에서 마무리할 것.
-> 인터넷 세상임. 집에 가져가면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짐.
④ 소설쓰기 양식은 되도록 줄이 있고 2단이어야 참여도가 높음
-> 어디까지 얼마만큼이 명확하고 자신의 작업에 속도감이 느껴져야 학생들 참여가 높음.
⑤ 온라인 카페, 밴드, 클래스팅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글을 받을 것.
-> 정리와 평가에 편리함. 학생들 서로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유리함.
⑥ 평가는 최소 기준을 통과하면 되도록 후한 점수(9or 10), 수준 높은 학생은 다른 보상
-> 네이버 웹소설 적극 권장. 등록과 등업, 참여가 쉬움. 학생들이 점수에 비할 수 없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었음.
 
학생들의 상상이 쏟아졌다. 재미난 이야기들의 시도들이 즐거웠다. 학생들이 쓴 작품 중에서 소설적인 재미와 개인적인(그래서 시대적인) 고민과 통찰을 담은 작품들을 네이버 웹소설에 등록했다. 21세기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살아갈 우리 학생들이 이 세계에서 주인공이자 수준 높은 관객으로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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