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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학급운영
학급 운영에서의 독서 교육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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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 도서관이 있어도 학급문고가 필요할까요?
조회 255
회원이미지김영희
2011-12-22 20:26:49
       
  우리반 아이들에게 설문지를 돌렸어요. "학교도서관이 있어도 학급문고가 필요하니?"
 
  항상 궁금했어요. 내가 애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서 학급문고를 갖다놓긴 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도 이게 절실할까 싶더라고요.
 
  올해 남양중 학교 도서관 장서 구성이 엄청나거든요! 사서샘이 감각있으신 분이셔서 청소년 도서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책들이 도서관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그것도 신간 위주로! (겨울 모임때 브리핑하려고 자료 준비하는 중이랍니다. "중학생이 읽기에 적절한 신간도서 목록 >_<)
  도서관에 딱딱한 책이 많았을 땐 학급문고의 정체성이 확실했는데, 요즘은 책의 구성이 도서관과 비교했을 때에 별로 다르지 않아 위기감을 느꼈답니다. 제가 애들에게 읽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도서관에 다 들어가 있거든요. 흑흑.
 
  여튼, 이러이러한 이유로 학급문고의 존재이유를 명확히 좀 설정해봐야겠다 싶어서 아이들에게 질문했습니다. 결과는 다행히 "학급문고는 필요하다. 학교도서관과 다르다."였어요. 아이들이 써낸 답을 읽고 안심을 했어요. 내가 뻘짓(?) 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 하고요. 호호.
 
  혹시나 저와 같은 고민 하고 계신 선생님이 계실까 싶어 설문조사를 정리한 글을 올립니다. 읽어보시면 지금 하고 계신 활동에 더 확신 가질 수 있으실 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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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학교도서관이 있는데 학급문고가 왜 필요해요?
 
 학교마다 학교도서관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학교에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꽤 많이 합니다. 학교운영비의 3% 이상을 도서관의 자료 구입에 사용해야 해요. 학교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간도서도 많고 사서선생님께 전문적인 독서지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조용하고 침착한, 집중해서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좋은 학교도서관이 몇 발치에 있는데 학급에 책을 따로 모아둘 필요가 있을까요. 괜한 돈 낭비, 시간 낭비가 아닐까요.
  
학급문고를 꾸준히 운영해오면서도 저 또한 그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이게 좋을 것 같아서 하고 있긴 한데 아이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과 학급문고의 책을 읽는 것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낄까?
  
 
 
 
 
제가 학급에 책을 가져다 둔 이유는 ‘생활 공간 속에 책을 들여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효용은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급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얻은 학급문고의 장점은 ‘대출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수업도 듣고 학원에도 가야하고 과제도 해야 하고. 아이들의 생활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꽤 바쁩니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짬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짬짬이 읽으면 정해진 대출기간인 2주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서관은 이용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의 편의를 일일이 봐 줄 수 없습니다. 학급문고는 담임교사와 학급 학생들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그런 제한이 별로 없습니다. 읽고 싶을 때 꺼내 읽고 다 읽으면 다시 꽂아 두면 됩니다. 아이들은 학급문고를 이용하는 것과 학교도서관의 장서를 이용하는 것을 분명히 다르다 여기고 있었습니다.
 
학생증을 갖고 있지 않아도 책을 빌려볼 수 있다’라는 응답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학생증이 없으면 책을 빌릴 수 없습니다. 이용자가 수백명이다보니 그 편의를 모두 고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생겨도 마음대로 대출이 되지 않으니 기껏 생긴 독서욕구가 다시 쑥 들어가 버립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바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게 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배가 막 고프다가도 그 시기를 놓치면 식욕이 뚝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응답이 꽤 많았습니다. 어떤 책을 봐야할지 고민이 될 때 학급 담임 선생님이 그때그때 해주는 조언이 책 읽기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설문지를 받아보고 좀 놀랐습니다. 이 답이 그렇게 많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평소에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며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가끔 책장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아이가 있을 때에 한 두 마디 이야기 나눈 것뿐이었는데 그게 꽤 크게 남았나봅니다. 누군가에게 체계적인 독서지도나 꾸준한 책 추천을 받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조언을 얻기도 하지만 그건 일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까요. 생활공간에 책이 있으면 교사가 마음먹고 책 소개를 하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그게 묻어나나 봅니다. 평소에 보아왔던 성향과 취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관심 받고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더 인상에 남았던 것 같아요.
 
학교에는 좋은 장서와 시설을 갖춘 학교도서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일상적 책읽기를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꽤 많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그것쯤 아무것도 아닙니다. 평소에 학생증을 챙기고 대출 기한을 꼬박꼬박 지키면 되니까요. 오히려 조금만 수고를 하면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으니 그게 더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할 겁니다. 네가 게을러서 못하는 거 아니냐는 핀잔을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교실에 앉아있는 80-90%의 친구들은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책과 친숙하지 못합니다. 이제야 책에 대한 재미를 좀 느껴보려고 걸음을 떼는 초보 단계의 독서가입니다. 학급문고를 찾아 읽으면서 책이 꽤 재미있는 거구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아이들은 알아서 학교도서관과 지역도서관을 찾을 것입니다.
 
학급문고는 학교도서관과 대립항에 서 있지 않습니다. 학급문고는 학생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연습시키고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입니다. 비계(飛階)에요. 더 높게 날기 위한 발판입니다. 좋은 학교도서관을 갖추고 있는 학교라도 학급문고의 운영이 필요합니다. 아니, 더욱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그 좋은 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요.
 
  
 
 회원이미지김유경  2011-12-22 22:03   답글    
역시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샘이 있어서 반가워요~ 학급문고를 들여 놓은 후부터 우리 반 녀석들의 도서관 방문이 적어져서 걱정을 했더랬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틈틈이 책을 읽고 있는 녀석들이 많이 보이고 독서량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회원이미지황지영  2011-12-23 08:51   답글    
아~ 섬세한 영희샘!
전 물꼬방샘들의 이 섬세함이 좋아요. 확신이 차서 밀어부치지 않고 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들이 요즘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걸랑요~
당근 학급 문고는 필요하죠~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특히 저같은 귀차니즘과 수애병 환자에게는 도서관의 장벽은 너무나 멀고 험해요~ ㅋㅋ
손 닿는 거리에 생활 속에 책이 있다는 장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급문고를 통해 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오히려 도서관으로 대거 몰려가는 사태도 벌어지는걸요~
우리 멋진 영희샘~ 언제까지나 그 모습 간직하길 빌어요~ 아! 그럼 평생 동안으로....^^
 회원이미지김영희  2011-12-23 13:12   답글    
유경샘 : 그쵸, 학급문고가 확실히 독서량을 엄청나게 높여주는 것 같아요! 스스로는 학급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ㅋ)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거든요~ 애들 입으로 직접 긍정적인 답을 들으니 마음이 놓여요, 호호
지영샘 : 꺅, 샘샘샘샘샘샘~ 지영샘! 맞아요, 손 닿는 거리에 책이 있다는 게 참 엄청나요! 애들도 이게 꽤 좋은 거라고 느끼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좋아요, 나 혼자만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겁났어요ㅋㅋㅋ 지영샘이 쓴 글만 읽어도 얼굴 마주보고 대화하는 느낌이어요, 지영샘, 능력자!
 회원이미지한창호  2011-12-23 16:09   답글    
'아이들의 생활 공간 속에 책을 들여놓고 싶어서'라는 말이 참 소중하고 따뜻하네요.
영희샘의 그 마음을 아이들이 잘 받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확인시켜주니 저도 덩달아 안심돼요.
우리, 담달에 잼나게 공연해보아요.^^
 회원이미지이윤선  2017-02-20 23:35   답글    
"일상적 책 읽기"
샘의 사생팬..또 여기에 글 남기네요.
선생님 생각에 적극 공감합니다. 그래서 올해 학급문고를 해보려고 해요~~^^ 여기서도, 샘 글 덕분에 힘 얻고 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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